홍준표 대구시장이 6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2023 대구투자설명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분수 모르고 날뛰면 ‘황교안 시즌 2’가 된다”고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남 안방 방구석 4선으로 총선 지휘할 역량이 되겠나”라고 김 대표를 맹비난하며 이렇게 적었다. 울산에서 4선을 한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 시장은 “권력의 힘으로 당대표가 되더니 헛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나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상임고문 해촉하고 말도 안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쳐 취한들 내가 그걸 받아 주겠나”라고도 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김 대표는 당대표 당선 뒤인 지난 4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상임고문을 맡은 관례가 없다’며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7월엔 수해 골프 논란의 책임을 물어 홍 시장에게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지난 27일 첫 회의를 마친 뒤 당내 통합을 강조하면서 홍 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등의 ‘윤리위 징계 대사면’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에 홍 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 해촉도 징계도 모두 수용했고 모욕도 감내했다.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라고 올리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튿날인 28일에도 “사면은 죄를 지은 자를 대상으로 하는거다. 나는 죄를 지은 거 없다”며 “니들처럼 하루살이 정치는 안 한다”라고 썼다.
‘사면’이 거론된 지 사흘째인 이날도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세 차례나 글을 올리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첫 글에서 그는 “내가 이 당을 30여년간 지켜온 본류”라고 강조하면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듣보잡’들이 당권 잡았다고 설친다. 내년 총선 후면 너희들은 국민들이 다 정리해준다”고 악담에 가까운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 총사퇴”라며 “나는 내년 총선 후 새로운 세력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한줌도 안되는 무능한 니들끼리 무슨 큰선거를 치르겠나. 니들은 영문도 모르고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신세”라고도 했다.
그로부터 3시간여 뒤 쓴 두 번째 글에서 홍 시장은 “나를 내치면 당권수호와 대권후보가 된다고 착각한 황교안 대표는 지난 총선 때 나를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언론에 흘리기만 하고 질질 끌다가 끝내 나를 내치고 막천(막장공천)으로 총선을 망치고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며 김 대표를 겨냥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중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시 1시간가량 뒤 홍 시장은 “깜도 안되는 것들이 깐죽거리며 약 올리던 자들은 내년에 국민들이 다 심판해서 퇴출시켜 줄테니 그때까지 참고 있으려고 했는데, 대통령이나 하는 사면 운운하며 주접 떠는 바람에 성질이 폭발했다”며 “하고 싶은 말 여태 참고 있다가 어제 오늘 다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썼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