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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힘, 나흘째 ‘포털 때리기’…총선 겨냥 온라인 여론 장악 노림수?

등록 2023-10-05 18:41수정 2023-10-06 02:44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중국 8강전 때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 응원 클릭’이 높았던 일을 두고 나흘째 ‘포털 때리기’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척결’을 앞세워 온라인 여론 지형을 여당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일을 무작정 “반국가 세력의 여론조작”이라고 몰고 가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무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그동안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수차례 매크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우리나라 주요 포털이 불순한 여론조작에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응원 조작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선거 조작의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좌파 세력들은 아이디 도용·유통·판매가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조작 행위가 마치 범죄가 아닌 양 물타기를 한다. 불법으로 유통된 포털 아이디를 매크로에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댓글을 조작해도 포털은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댓글도 정상적으로 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다음과 네이버를 압박했다. 로그인이 필요 없는 클릭 응원 시스템의 특징에서 비롯된 일을, 로그인을 해야 하고 그나마 한명이 기사 하나에 달 수 있는 양이 9개로 제한된 댓글과 결부시켜 ‘좌파 세력의 여론조작’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한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우리가 포털 사이트의 기사 알고리즘이 좌파에 유리하다고 열을 올리지 않았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다음 등 포털을 계속 언급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포털 길들이기’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총선에서 이기려면 여론 지형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가짜뉴스 척결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이라며 “그래서 당도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이번 일을 “반국가 세력의 여론조작”(박성중 의원)이라며 강경 대응하는 건 무리라는 여론이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중국 응원 클릭이 높은 건) 애들 장난으로 보인다. 중대 범죄긴 하지만, 그걸 반국가 세력이 했다고 몰아갈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의원들 두어명이 ‘조사는 해봐야겠지만 이 문제를 반국가 세력이 한 일이라고 각을 세우는 건 맞지 않는다. 이념 대립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국민들이 우리가 얘기하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주장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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