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응원 집계 논란과 관련해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반국가세력의 여론 조작”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뚜렷한 근거도 없는 배후설을 제기하며 포털 ‘손보기’를 공식화하고 있다.
지난 1일 항저우아시안게임의 한-중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중국 응원 비율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게 시발점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포털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1~2% 특정 세력들이 90%인 양 여론을 확대할 수 있다”며 ‘특정 세력’으로 “친민주당, 친북한, 친중국 세력”을 꼽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조작 드루킹의 뿌리가 방방곡곡에 파고들어가 망동을 획책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썼다.
하지만 현재로선 역응원 현상과 선거용 여론 조작의 개연성을 증명할 근거는 없다. 다음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2개 아이피(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클릭 응원’ 서비스가 비로그인 참여 방식에 횟수 제한도 없다 보니 한번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나라 응원 비율이 높았던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아시안게임 한국-키르기스스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키르기스스탄 응원 비율은 85%에 이르렀고, 지난해 9월 한국-카메룬 친선 축구경기 때는 카메룬 응원 비율이 83%를 기록했다. 이는 네이버처럼 로그인 기반 참여 방식으로 전환하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개별 포털사가 규정 개선으로 풀 사안에 정부·여당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여론조작 음모론’을 키우고 있다.
여권은 그간 포털의 기사 알고리즘이 이른바 ‘좌편향 매체’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고 주장하는 등 포털에 강한 불만을 표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이번 응원 수 논란을 빌미로 포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응원 클릭’이 범정부 티에프를 꾸려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인가. 민생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