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물러난 박광온 전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홍익표 의원(56·3선·서울 중·성동갑)이 선출됐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모든 후보들이 ‘이재명 지키기’를 공언한 터라, 이날 결과로 민주당 지도부의 친이재명 색채는 더욱 강해졌다. ‘원칙 있는 통합’을 주장한 홍 원내대표가 최대 과제인 당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쏠린다.
홍 원내대표는 26일 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남인순 의원과 결선 끝에 당선됐다. 김민석 의원은 1차 투표에서 득표수가 가장 낮아 탈락했다.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로, 홍 원내대표의 임기는 21대 국회 만료일인 내년 5월29일까지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 나선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선됐다.
체포동의안 정국의 혼돈 속에서 갑자기 치른 선거인 탓에 판세 전망은 쉽지 않았다. 세 후보 모두 ‘검찰에 맞서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두고는 온도 차가 있었다. 김민석 의원은 친이재명계 강경파의 의견을 대변해 ‘가결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때문에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남인순 의원은 “분열을 반복하거나 확대재생산해선 안 된다”고 밝혔으나, “비상시국에서 돌파력에 의문”(초선 의원)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내세웠는데,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당내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에 가장 부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당시 후보와 경쟁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지만,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에선 ‘친이재명계’의 지원을 받아 범친명계로 분류된다. 그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도 “이제는 하나의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제1과제는 당내 갈등과 혼란 수습이다. 그는 이날 “이재명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동력을 만들어내겠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재명 중심’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비주류가 주장하는 ‘이재명 퇴진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궐위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친명계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로 ‘이중 안전장치’를 두게 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친명계 강경파와 강성당원들이 주장하는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징계’ 주장을 두고도 “제일 중요한 것은 원칙과 기준”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민주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통합과 원칙 있는 정당으로 나서는 데 있어 어떤 게 좋을지 조만간 빠른 시일 안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색될 대로 경색된 대정부·대여 관계도 홍 원내대표의 숙제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 저지’라는 대정부 견제 기조 아래,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등 쟁점 법안도 쌓여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를 존중하는지, 최소한의 지켜야 할 예의를 갖고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박사)를 졸업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2012년 19대 총선(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내년 총선에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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