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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헌법 전문 수록’ 약속 뭉개고…윤 대통령 “5월 정신은 헌법 정신”

등록 2023-05-18 20:10수정 2023-05-18 21:3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지난해 5·18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이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국면 돌파용 꼼수”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월 정신의 계승,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들의 삶,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그건 모두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한 것이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하고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과반 투표에 과반이 찬성해야 성사된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전문에 추가했으나 자유한국당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야권의 제안을 단번에 거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북한의 처참한 인권 실상에 눈감고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무시하는 전체주의·권위주의와 연대하면서 자유 인권의 ‘오월 정신’을 비리로 얼룩진 국면 돌파용으로 쓰는 민주당의 꼼수는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의혹’ 등으로 코너에 몰린 민주당이 개헌 카드로 국면 전환을 노린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태도는 윤 대통령의 약속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광주에서 “5·18 정신이란 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헌법 전문에, 헌법이 개정될 때 반드시 올라가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에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이 가진 입장이기도 하다”면서도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나가겠다”고만 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자는 것이 국면 전환용 꼼수가 되느냐. 5·18 정신을 모독하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윤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대한 이행 계획도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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