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광주 상공에 뜬 UH-1H 헬기. 연합뉴스
전두환 반란세력이 5·18 진압작전 때 기관총을 장착한 무장 헬기를 동원한 ‘광주진압작전 플랜-비(B)’를 준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육군항공 소속 무장 헬기들이 2차 타격 작전을 위해 출격 대기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17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설명을 종합하면, 계엄군이 1980년 5월27일 도청 진압작전 직전 공격헬기 코브라 2대, 500MD 14대, UH-1H 12대 등 28대를 광주비행장에 대기시켜 놓았다. 조사위는 “이들 항공기들에는 기관총 무장을 갖추거나, 무장병력을 태우고 출동 대기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런 사실을 당시 출동한 계엄군 조종사 및 승무원 3명한테서 진술로 확보했다. 광주 출동 UH-1H 승무원(사수 역할) ㅅ씨는 조사위에 “5월27일 도청 공격 당일 UH-1H 12대에 M16으로 무장한 공수 특전여단 병력이 헬기당 7~8명씩 탑승해 출동 대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상군의 도청 진압작전이 실패하면 광주비행장에 대기 중인 무장헬기가 출동해 2차 작전을 실행할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20사단 충정작전 상보(왼쪽)와 ‘전교사 작전일지’. 5·18진상규명조사위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사단 충정작전 상보(왼쪽)와 ‘전교사 작전일지’. 5·18진상규명조사위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격헬기 500MD 중대장 ㄹ소령은 조사위에 “5월26일 광주 출동 공격헬기 부대들의 총지휘관(코브라 부대장)인 중령이 작전회의 때 ‘발포명령이 떨어졌다’고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무장헬기는 5월27일 새벽 4시50분 진압작전 때 3공수여단의 요청으로 위력시위를 했다. 정조종사 ㄱ씨는 “보병 대대장이 목표 건물에 대해 헬기사격을 요청한 직후, UH-1H에 탑승했던 병사 3~5명이 건물로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며 “몇분 후 ‘사격하는 놈들을 제압했다’는 내용이 무전으로 들렸다”고 진술했다.
조사위 쪽은 “보병부대장이 요청이 있으면 곧바로 출격할 수 있게 무장 헬기가 대기 상태였다. 전두환 내란세력의 폭압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