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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석이라도 지면 이재명 끝장”…친명·비명계 수도권 생존경쟁

등록 2023-04-10 08:00수정 2023-04-10 20:24

22대 총선 1년 앞
‘원내 1당 사수’ 앞세운 민주당
일러스트 하재욱
일러스트 하재욱

10일로 내년 4·10 총선이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169석 거대야당에 대한 결산 성격을 띤다. 특히 다음 총선은 정당 간 대결 못지 않게 공천을 둘러싼 각 당 내부의 계파갈등도 어느 때보다 깊다. <한겨레>는 총선 1년을 앞두고 여야 각 당의 내부를 들여다 봤다.
“시스템 공천? 그걸 누가 믿나? 총선 막바지 가면 지도부 하고 싶은 대로 할 텐데….”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비이재명계 의원이 냉소 섞인 푸념을 내뱉으며 차를 들이켰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공천제도 티에프(TF)를 꾸린 당이 2020년 총선 당시 ‘이해찬 지도부’가 구축한 시스템 공천 체계를 대부분 유지하기로 했지만, 그걸로 충분치 않다는 뜻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관건은 공천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될 거다. 선거가 치열해지면 원래 대표의 측근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혁신 의지를 보여주곤 했는데, 과연 친명(친이재명계)들이 그럴 수 있을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민주당에는 다양한 출신의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배출한 169명의 현역 국회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장·차관급 인사와 청와대 참모진 출신들이 출마를 벼르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뒤 재기를 노리는 광역·기초단체장 출신들도 다수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대선을 도와 친명을 자처하는 원외 인사들도 수두룩하다. 총선에 나서려면 치열한 당내 경쟁부터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빚는 갈등의 본질도 선거를 앞둔 생존 경쟁의 성격이 짙다는 게 당내 평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 당을 지배하는 정서는 증오나 적개심이 아니다. 공포다. 친명은 이재명 대표가 없으면 차기를 노리기 어렵단 공포, 비명은 이 대표에게 학살당할 것이라는 공포를 갖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21개 지역 중에 103곳을 석권한 수도권은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표적인 전장이다. 뚜렷한 연고지가 없는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 출마를 노리고 있어서다. 지난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수도권 초선의원들은 당시 코로나19 유행 탓에 변변한 선거유세조차 해 본적이 없다. 당내에서는 ‘코돌이’라는 조롱이 있을 정도다. 이는 과거보다 지역구 장악력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친명을 자처하는 비례대표나 원외 인사들이 일찌감치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 깃발을 꽂고 있다. 비례대표인 양이원영 의원은 친낙계(친이낙연계)인 양기대 의원이 있는 경기 광명을에 지역 사무실을 열었고, 대선 때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도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이 현역인 성남 중원 출마를 노리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호남지역도 긴장이 높다. 호남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당직자는 “호남은 물갈이 여론이 높은 지역인데다 대부분 초선이라 주류에 ‘충성도’를 증명하고 당원들에게도 자기를 알려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친낙계인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반대하며 삭발을 감행했고, 역시 친낙계로 분류되는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 대표의 전 비서실장이 숨지자 “정치검찰은 야당 대표를 잡으려고 추는 칼춤을 멈춰야 한다”는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당 지도부는 원내 1당 사수가 총선의 제1 목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1당을 빼앗기면 이재명 책임론이 세게 불 거고, 여당은 파죽지세로 몰아붙일 거다. 1석이라도 지면 정치인생이 끝난다는 걸 이 대표가 잘 알고 있다.” 이 대표가 당 대표를 넘어 차기 대선 후보를 목표로 하는 이상, 총선 승리를 위해선 친소관계보다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 잣대로 삼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

수성의 기준점은 서울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49석 가운데 41석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은평·강북·성북·노원 등 텃밭 8곳을 간신히 지켜내는데 그쳤다. 5%포인트 차이 안에서 당락이 좌우되는 수도권 선거는 결국 ‘바람’이 지배하는 만큼 민주당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1년 안에 대통령의 국정철학 방향을 보여주는 데 실기했다”며 “민생·경제를 꾸준히 이야기하며 의석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있는 입법으로 완성하면 우리 당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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