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당선 뒤 처음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윤 대통령의 약속이 부도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 채 한덕수 총리로 하여금 800여자 분량의 짤막한 추념사를 대독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제74주년 추념식에는 당선자 신분으로 참석했다. 그는 당시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에 관해 “(대통령이)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고민이 있다. 올해는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도 불참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검은색 정장에 동백꽃 배지를 달고 4·3 희생자에 대해 묵념했다.
민주당은 제주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고 정권의 퇴행적 모습에 4·3을 부정하는 극우세력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사의 법정, 진실의 심판대에 시효란 없다. 민주당은 ‘반인권적 국가폭력범죄 시효폐지 특별법’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바로 1년 전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정작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모두 보이지 않는다”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제주를 찾아 4·3 유가족들과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뒤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4·3 추념식 불참을 두고 국민의힘 비주류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끝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호흡을 맞췄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함께 제주를 찾은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런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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