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고 진아영 할머니 삶터. 허호준 기자
제주4·3 때 토벌대가 쏜 총에 맞아 평생을 무명천으로 턱을 싸맨 채 살아 ‘무명천 할머니’로 알려진 고 진아영(1914~2004) 할머니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사단법인 무명천진아영 할머니삶터보존회는 오는 9일 오후 6시 진 할머니가 살았던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의 해변공연장에서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추모문화제’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월령리마을회와 삶터보존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추모문화제에는 노래모임 모다정, 산오락회, 보물섬 공동체 교육네트워크,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재릉초등학교 윤슬중창단 등이 출연해 노래와 춤, 연주로 진 할머니를 추모하고, 4·3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추모문화제는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한다.
추모문화제에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진 할머니 삶터를 출발해 선인장 자생지, 월령리 해안길, 석물원 등지를 걷는 평화기행이 진행된다.
또 오후 5시에는 진 할머니 삶터(한림읍 월령1길 22)에서 4·3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삶터를 기부한 후손들의 뜻을 기리는 표석 제막식도 있다.
진 할머니는 4·3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49년 1월 당시 북제주군 판포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턱을 심하게 다친 뒤 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턱부위를 감싸고 살았다. 당시 나이 30대 중반이었던 진 할머니는 사건의 충격으로 평생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채 혼자서 생계를 꾸려 살다가 2004년 9월9일 90살을 일기로 별세했다.
4·3 피해 여성의 상징으로 알려지면서 진 할머니가 별세한 뒤 삶터보존회와 마을회 등 뜻있는 이들이 모여 할머니의 삶터를 정리하고 가꾸는 사업을 벌여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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