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내 ‘무더기 이탈표’의 충격파가 민주당을 관통한 28일, 당 지도부와 주류인 친이재명계는 민생과 소통 강화를 앞세워 후폭풍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에서 증폭된 갈등이 ‘소통 강화’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전날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피한 이 대표는 이날 ‘민생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을 둘러보며 “학생 건강을 책임지는 조리실이 외려 사람 생명을 갉아먹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하는 문제보다 사람들의 삶을 낫게 만드는 문제에 관심 갖길 바란다”고 했으나, 이탈표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간 가까이 고위전략회의를 한 뒤 “당대표와 지도부는 눈과 귀를 더 크게 열고 당내 여러 의견을 수렴해 민주당을 위하는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특히 ‘의원들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이를) 중단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탈표 색출 작업’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당대표를 포함해 정무직 당직자들이 당내 의원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경청하면서 당을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 활짝 귀를 열고 더 많은 논의를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소통’에 방점이 찍힌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의원들이 향후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강성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해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다.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라고 적었다. 다른 친명 다선 의원도 “기권이나 무효표는 뭐냐.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그런 장난을 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지도부에 속한 친명계 의원은 당내 17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찬성 표결’ 의원을 ‘기권·무효표 표결’ 의원들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안개가 걷힌 느낌”, “사석(바둑에서 버리는 돌)은 만져봐야 사석”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설득해야 한다. 어쨌든 권력의 횡포에 맞서 단일하게 싸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명계에선 ‘체포동의안 압도적 부결 뒤 이 대표 사퇴’를 제안했지만 친명계는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지금 자진사퇴하면 검찰의 횡포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며 “정말 지금 체제로 (내년) 총선이 안 된다고 하면 대표 본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 와서 비켜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도부 안에서는 비주류 수용을 위한 당직 개편 구상도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금처럼 당을 운영하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당직 개편을 통해 비주류와 점이지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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