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통해 이 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린 민주당 비주류는 일단 지도부 대응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체제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이 대표의 ‘의미 있는 반응’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비이재명계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28일 예정됐던 정례 회동을 취소했다. 지역구 일정 때문에 모임을 연기했다고 설명했지만,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대응을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 86세대 정치인이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10여명도 이날 모여 “상황을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대처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모임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경고를 너무 세게 받았다”,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총선 리스크가 문제”라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에 참여한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마음을 바꾸는 게 가장 무난한데 저렇게(가까스로 부결) 돼버렸으니 당이 상처가 날 것 같다”며 “서로 알면서도 먼저 때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친명·비명계는 당장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나섰다. 이 대표의 비공식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선 민주당 의원실에 체포동의안 가·부 표결 여부를 묻고 답변을 모으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총선 낙선 대상 명단’도 공유되고 있다. 이들에게 휴대전화로 항의 메시지를 보내는 ‘문자폭탄’ 공격도 진행 중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강성 지지자들을 가라앉히고 반대쪽이라고 생각되는 의원들까지 끌어안는 게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이 대표와 지도부가 지금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더 큰 갈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겉으로 드러난 가결 표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상황을 절대 낙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곧 이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되거나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민주당 내부 갈등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기소와 함께 직무가 정지되는 당헌 80조 심사 단계에서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2차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비명계가 또 실력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 체제가 계속 끝까지 버티면 다음에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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