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 후 합의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게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야권의 협조를 구했지만, 여야의 셈법이 엇갈려 쉽사리 합의 처리가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위성곤(민주당)·장혜영(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 고위공직자들에게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책임자들을 두둔하고 있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회 의안과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제출했다.
조사 대상 기관에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정부 각 부처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소방청, 서울시, 서울 용산구 등이 포함됐다. 조사 범위는 사전 대책과 참사 전후 대처, 사고 축소 의혹 등 사실상 현재까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의혹 전부를 포괄한다. 야 3당은 24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고, 내년 1월22일까지 60일 동안 기관보고 4회, 현장조사 3회, 청문회 5회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 주례회동에서 “예산안 처리 이후 협의에 응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당의 동의를 구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심사 및 의결 등 시급한 정기국회의 과제를 먼저 해결한 뒤 국정조사 협의를 하자고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선 박 원내대표도 “진심으로 진실규명에 동참할 계획이라면 저희도 검토해서 의견 주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여당의 제안을 두고 ‘시간끌기용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한 뒤 나온 제안인 데다, 국조 특위 구성 등 정치적 일정을 놓고도 여야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24일 본회의 처리 전까지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고 22일까지 주 원내대표가 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주 원내대표는 ‘선 예산안 처리, 후 특위 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이 다음달 예산안 처리가 끝날 때까지 여당 위원 자리(7명)를 비워둔 채 국정조사 특위를 ‘개문발차’ 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조사 위원은 총 18명이며, 야당은 우상호 민주당 의원(국정조사위원장) 등 모두 11명의 위원을 정해둔 상태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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