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장기기증 서약식 도중 긴장된 표정으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사퇴해도 안해도…‘막막한 여권’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의 해법을 놓고 여권이 두 갈래 길에서 고심하고 있다. 크게는 사퇴와 유임의 두 방향이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도 정국의 앞날을 전망하기가 막막하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여권은 정국운용의 틀과 기조를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우선 총리가 국정 현안을 책임지는 대신, 대통령은 한발짝 비켜서서 저출산고령화 및 양극화 대책 등 장기적인 국정과제를 고민해온 역할 분담체제가 재고될 수밖에 없다. 경질하자니 국정운용 ‘흔들’ 대세 상실
유임하자니 야당공세·지방선거 부담도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대세’를 잃게 된다는 점이 고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집권당이 대세를 잃으면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잃는다”며, 대세상실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후임 총리 인선도 난제다. 김대중 정권 말기에 장상, 장대환씨 등 후임 총리 지명자가 잇따라 낙마한 전례가 재연될 수 있는 탓이다. 특히나 총리 사퇴 문제를 놓고 당과 청와대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될 경우, 의외의 방향으로 파장이 번질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총리를 교체한다면 노 대통령이 탈당을 포함해 당-청 관계와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유임시키더라도 여권의 부담은 마찬가지다.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공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해임건의안 표결을 둘러싼 대결국면으로 급속히 치닫게 된다. 한나라당이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공세에 더해 열린우리당 내부의 문제제기도 고민스럽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 총리를 그대로 껴안고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여당 내부에서부터 문제제기가 분출되면서 여권의 내홍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여권 내부에서 이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판단과 흐름이 엇갈리는 것은 그 이면에 담긴 이런 복잡한 양상들 때문으로 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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