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로 20일 여야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 의혹’까지 확대되자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넘어 “야당 탄압”의 성격이 뚜렷하다고 보고 남은 정기국회 기간 ‘전시체제’를 예고했다. 민주당의 불참 선언 속에,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강행하면서 험악한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이후 당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협치는 무너졌다”며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정치 탄압에 올인(다걸기)한다면 분연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민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이 대표 쪽으로 수사망을 좁혀오는 것은 물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을 속속 소환조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자, 이날 의총은 일부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집단적 격앙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의원들은 법사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의 국감은 일정대로 진행하는 데 뜻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25일)과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운영위 국감(11월3일)이 예정돼 있는 만큼, 장내에서 싸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퇴’ 등 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법사위 국감을 거부한 건,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되레 검찰과 여당의 여론몰이 판만 깔아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경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말을 아껴왔던 이 대표는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체포가 대선 자금 의혹으로 번지자 “불법자금은 1원 본 일도 쓴 일도 없다”고 반박하며 적극적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 했던 내용 등을 언급하며,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진실은 명백하다. 이런 조작으로 야당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떳떳하면 수사에 응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지금 검찰이 벌이고 있는 정당한 법 집행은 문재인 정권 초기에 전방위적으로 살벌하게 자행했던 적폐청산과는 결이 다르다”며 “떳떳하다면 민주당의 문을 열고,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민주당의 윤 대통령 사과 요구에 대해 “사과할 일이 뭐 있나”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선언에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대검찰청 국감을 강행하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전장을 방불케 하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오후 4시17분께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전방위 정치수사를 즉각 중단하도록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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