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4월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대학 진학에 활용할 스펙을 쌓기 위해 ‘엄마 찬스’를 활용해 기업으로부터 고액의 물품을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왔다. 한 후보자의 딸은 고2 나이로 현재 국내 유명 국제학교에 다니며 유학 전문 미술학원에 등록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전자책 발행 등 최근 활동을 보면 국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외 대학 입시에서는 봉사를 포함해 수험생의 사회적 활동을 중요하게 보기에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어머니 인맥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한 후보자의 딸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노트북 기부 사실을 공개하며 ‘보람 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가장 시급한 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장비였다. 기업 사회공헌부서에 메일을 보내고,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했다”며 “답장은 적었지만, 마침내 한 기업에서 연락이 와 중고 노트북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그 회사의 도움으로 50여대의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실제 노트북 기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배우자 지인인 ‘기업의 법무 담당 임원’이 연결고리 구실을 했다. 한 후보자의 딸도 해당 복지관에 ‘어머니 친구가 있는 기업에서 노트북을 기부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 후보자와 배우자 진아무개씨, 법무 담당 임원 고아무개씨 모두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2020년 11월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할 때도 고씨는 참석했다. 고씨는 “(한 후보자 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 당시 보육원 온라인 수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컴퓨터 교체 시기에 폐기 예정이던 걸 회사 명의로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회사에는 사회공헌부서가 없이 임원들이 모여서 관련 논의를 한다. 당시 내가 그 위원회의 의장이었다. 한 후보자나 진씨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 후보자의 딸은 미국 복수 국적자로 지금껏 국외 언론 2곳과 인터뷰를 했고, 지난해에는 영어 전자책을 여러 권 출판했다. 미국 대학은 시험 성적뿐 아니라 수상 실적, 대외활동 등을 요구한다. 국외 대학 입시 컨설팅 업무를 하는 ㄱ씨는 “고등학생이 기업 지원을 끌어내 기부한 건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학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좋은 학교일수록 지원자 성적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대외활동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자가 ‘특수통’ 검사로 다수의 기업 수사를 해왔기에, 배우자 진씨가 기업의 기부에 관여했다면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부라 하더라도 이해충돌로 보인다. 딸의 스펙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한 후보자도 알았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 후보자 쪽은 “후보자의 장녀는 교육격차 해소 및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위해 학습봉사 및 봉사단 운영을 꾸준히 해 왔다”며 “2019년부터 경제적 여건으로 1:1 과외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하는 방식의 ‘온라인 수업’을 고안해 국내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들을 학습지도를 원하는 아동복지시설과 연계해 시설 아이들이 화상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봉사활동을 지금까지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설 아이들이 노트북 등 디바이스가 부족하거나 작동이 잘 안 되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 많아 본인이 사용하던 노트북과 용돈을 모아 구입한 탭을 시설에 드리는 등 디바이스를 하나라도 더 구해서 취약계층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기도 했다”며 “어릴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한 기업 사회공헌위원회 의장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기획 관할하는 고씨와 사회복지시설의 열악한 실태, 봉사진행 과정에서 겪은 여러 어려움과 애로사항들을 논의하고, 조언을 얻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고씨는 후보자의 장녀를 통해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이 디바이스 부족, 성능미비 등으로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회사가 폐기 예정의 노트북 컴퓨터 등을 기부 절차에 따라 직접 위 사회복지시설들에 기증한 것이다. 기부금 영수증도 회사 명의로 발급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노트북을 기부한 회사 쪽은 “고씨의 제안은 여러 제안 중 하나였다. 보육원 세 군데에서 청년단체와 함께 제안을 해왔다. 그런데 50대가 공유할 수 있는 최대여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심사해서 한 곳을 결정했다. 임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배지현 장예지 정환봉 기자
beep@hani.co.kr
■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의 부제목이 오전 한때 본문 내용과 달리 ‘엄마 친구 임원인 기업에서 노트북 50대 받아 딸 이름 기부’라고 달렸습니다. 한 후보자의 딸이 기업으로부터 고액의 물품을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하도록 연결했지만, 실제 기부 명의는 딸이 아닌 해당 기업이었기에 이를 바로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