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작전’이 이번 대선의 패착으로 판명되면서 당 내부에서 ‘이준석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로지 표 계산에 따라 갈등을 부추긴다는 외부의 질타가 이어질 때도 그는 승리를 자신하며 ‘세대포위론’를 주장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와 득표율을 보면 ‘이대남 몰입 전략’은 20대 여성 표심을 잃은 ‘악수’였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경우 윤석열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58.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36.3%였지만 같은 연령대의 여성에선 이 후보가 58%였고, 윤 당선자는 33.8%였다. 20대 이하 남녀 지지율을 합하면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나쁜 선동’이라는 비판을 감수했지만 이를 압도할 만한 많은 표를 얻지 못했으니 이 대표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이다. 당 내부에선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젊은 여성 표심을 정상적으로 얻었으면 이렇게 박빙 승부로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젠더 갈라치기’ 캠페인을 반성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도 이날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목표치를 30%로 잡았던 호남 득표율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윤 후보의 이번 득표율은 전북 14.42%, 전남 11.44%, 광주 12.72%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호남 지역 역대 최고 득표율이지만, 이 대표의 30% 공언 탓에 전략 실패로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달성군 대실역 사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당내에서 ‘이준석 리스크’를 우려하는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안 대표가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결의했지만 여전히 이 대표와 안 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해소되지 않았다. 안 대표가 당내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분란은 당 화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윤 당선자들의 측근 그룹인 ‘윤핵관’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신설합당을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대표는 전략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기간에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네거티브 대응 및 홍보물 제작 등에 기여한 공이 매우 크다”, “우리 윤석열 당선자에게 호남에서 역대 보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주셨다. 목표했던 수치에 미달한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적었다. 청년층의 선거운동 참여와 호남 최대 득표율이 자신의 공임을 에둘러 강조하며 책임론을 일축한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좋아서 책임론이 확산되진 않았지만 조마조마한 상황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준석 리스크를 이준석 효과로 바꾸기 위해 이 대표도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