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뒷얘기
15일 오후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가 <한겨레> 인터뷰를 시작하려던 순간, 국회 잔디밭을 산책 중이던 60대 부부가 그를 알아보고 반색했다. “남 의원님 팬”이라며 그와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캐나다에서 왔다는 동행한 조카에게 “캐나다에 홍보하라”며 남 당선자 옆에 세워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가 경기지사 선거에 ‘차출’된 이유가 짐작됐다.
남 후보의 손엔 공책보다 조금 작은 붉은색 스프링노트가 들려 있었다. “도지사가 되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잊어버리면 안되겠다. 다 적어두었다가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거 때부터 쓰기 시작해 벌써 세권째라고 했다. 거기엔 언제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가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른바 ‘남경필 수첩’인 셈이다.
최근 임창렬 전 지사를 만났고, 다음주엔 손학규 전 지사를 만나기로 하는 등 요즘은 전직 경기지사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그는 “경기도에 어젠다가 정말 많다. 공부할 게 장난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첩엔 세월호 참사 초기 기록도 적혀 있다. 사고 직후 진도로 달려간 남 당선자는 12일 간 머물렀다. 그는 “첫날 정부가 우왕좌왕, 허둥지둥대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무대책, 무책임이었다”고 했다. 분노한 희생자 가족들은 남 의원에게도 화를 냈다.
하지만 사진 안 찍고, 가족들 이야기를 찬찬히 듣는 모습에, 이튿날엔 ‘현장을 기록해달라’며 사고 수역에 함께 가자고 요청할 만큼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소통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답은 현장에 있고 진정성을 보여주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조혜정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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