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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싱크탱크 광장] ‘민선5기 지방정부’ 복지 현주소

등록 2011-07-05 19:18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지방정부 복지정책 평가 좌담회’의 참석자들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호 대표, 신규철 사무처장, 이태수 교수, 김성환 구청장, 이상구 정책위원.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지방정부 복지정책 평가 좌담회’의 참석자들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호 대표, 신규철 사무처장, 이태수 교수, 김성환 구청장, 이상구 정책위원.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좌담
김성환 구청장 “삽질보다 빈곤·양극화 문제 체감한 1년”
신규철 사무처장 “주민에 선심쓰듯 뿌려주는 복지론 미흡”
한국 사회 최대의 화두는 복지국가다. 어떤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가시스템의 대전환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복지국가의 모세혈관인 ‘지방’이 ‘복지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그 몫은 복지국가의 손발인 지자체장에게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단체장 후보들이 무상급식 등 복지 공약을 주창하며 당선됐다. 그후 1년, 지역복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민선 5기 지방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역복지의 흐름을 짚고 향후 과제를 모색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지역복지의 현장사령관 격인 지자체장, 이를 지켜본 현장활동가, 학계의 전문가 등이 얼굴을 맞댔다. 이날 참석자들은 몇몇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지역복지 발전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이번 좌담은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 김승호 서울 광진주민연대 공동대표,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등이 함께했다.

■ 총평: 6·2 지방선거 이후 1년

이태수 교수(이하 사회) 지난 지방선거는 역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복지정책이 이슈가 돼 표 갈림이 일어나고 당락이 결정된 선거였다. 그런 점에서 민선 지방자치 5기는 지역복지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이하 김 구청장) 지방선거를 치를 때마다 주민들의 대표적인 불만은 왜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삽질’ 토건사업은 이제 그만하고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었다. 이것이 무상급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선거 이후 주민들의 마음이 이제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느꼈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닦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빈곤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이 지자체의 중요한 구실이란 것을 체감한 1년이었다.

신규철 사무처장(이하 신 처장) 지방선거 이후 지난 1년은 주민들이 복지 주체로서 자각하는 계기를 던져줬다. 복지가 그동안 취약계층의 상징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일반 시민도 복지의 수혜자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최초의 경험을 한 것이다.

김승호 공동대표
김승호 공동대표
구청장들 재정 어렵다고 스스로 포기
시민단체와 협력하려는 의지도 부족

김승호 대표(이하 김 대표) 지역 현장에서 보면, 주민들의 목소리보다는 아직도 권력에 가깝게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있다. 기초단체에서 만든 복지정책은 아직은 내용이 거의 없다. 재정도 워낙 어렵고 구청장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신 처장 지역복지 측면에서 아직 달려나간 것 같지는 않고 달려나가려고 좌우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웃음). 인천지역 구청장들을 만나보면 주민참여예산제 등 큰 정책적 담론은 아는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약하다. 평소에 지역복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시민사회단체에서 복지정책을 제안하면 몇번 더 얘기하시죠, 하면서 듣고 넘어가버리는 구청장이 많아 안타깝다. 물론 듣는 분위기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복지문제에 대해 보수든 진보든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김 구청장 주민들이 복지정책을 체감하지 못한 건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도 컸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러 나서기보다는 이들이 찾아와 요구하면 그 자격을 심사하는 일종의 심판관 노릇만 해왔을 뿐이다. 그래서 취임 이후 기존 공무원 인력을 빼내 동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인력을 3명으로 늘렸다. 이들에게 동네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복지사업을 하라고 했다. 통장들도 자기 집 간판에 ‘복지도우미’라고 써 붙이게 하고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도록 했다.

■ 새롭고 뜻깊은 지역복지 사례 사회 저소득층 외에 다수의 주민들은 ‘무상급식으로 애들 밥 먹여주는 것 외에 뭐가 바뀌었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가 중요한데, 지자체에서 시도한 의미있는 사례들이 있나?

김성환 구청장
김성환 구청장
공무원들 새 복지흐름 따라오지 못해
학교 빈공간 도서관 설치 사업은 신선

이상구 정책위원 복지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주민들을 만족시켜주기에는 지역복지 수준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들도 새로운 복지 흐름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고, 단체장들도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실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몇몇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경남의 경우 김두관 도지사가 노인들을 위한 무료틀니사업을 하려다 도의회로부터 거부당하자, 지역 노인들이 시위를 벌이며 의회를 압박해 (도의회가) 결국 이 사업을 통과시켰고, 종로구는 건축사 출신 구청장이 동네 약수터에 있는 체육시설을 고쳐 큰 호응을 받았다. 비바람이 불거나 밤이 되면 체육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는데 야간조명과 아크릴 지붕을 설치하니 주민들이 매우 좋아했다. 관악구는 학교마다 있는 빈 공간을 활용해 1억~2억원으로 250평이 넘는 멋진 도서관을 만들어 냈다. 사서와 독서지도사까지 두니 시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곤 한다.

김 대표 좋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풍부한 것은 아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된 구청장도 있지만 지역복지를 향해 아직 출발도 못한 자치구도 많다. 특히 지역의 사회단체와 협력해 복지를 만들어보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예산이 없다며 그냥 흘려버리고 마는데 사실은 의지가 문제다. 구로구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가구가 500가구였는데, 올 4월 3000가구로 늘렸다. 이처럼 의지를 갖고 찾아나서면 할 수 있는 게 적잖다.

김 구청장 노원구도 도로를 짓거나 공원을 조성할 때 교통이나 환경영향 평가하듯이 ‘교육영향평가’를 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예컨대 당연천(노원구 생태하천) 조경사업을 할 때 꽃을 그냥 가져다 심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꽃을 심어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몇 학년 교과서 어디에 나오는 꽃이란 표시를 해 아이들이 현장에 와 배우도록 한 것이다. 또 당연천에서 집이 먼 아이들한테는 구청의 공무원수송버스를 활용해 태워주도록 하니 호응이 좋았다.

신 처장 인천 남동구는 중소기업이 임시일용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용하면 임금을 석달 동안 지원한다. 이때 기업한테서 최소한 1년 이상 정규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지역경제가 ‘생산적 복지’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구 정책위원
이상구 정책위원
구청 복지예산중 95% 의무지출 항목
중앙과 지방이 수행할 사업 구분해야

■ 지역복지 발전의 장벽

사회 6·2 지방선거 이후 복지를 표방한 자치단체들이 많은 기대와 의욕 속에 출발했다. 몇몇 시도들도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아직 복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게 지역 복지사업 부족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군 단위가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군 단위의 재정자립도는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고려한) 재정자주도는 70% 정도로 높다. 즉 군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의 최종적 파이가 작지 않다. 그런데 군 단위일수록 군수가 도로와 건설 등 주민들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사업을 하려 한다. 복지예산은 10~15%에 그친다. 충북 괴산군은 인구 4만명인데 예산은 3000억원대에 이른다. 그런데 복지예산으로 쓰는 건 300억~400억원에 불과하다. 도로를 닦고 마을을 꾸미는 ‘묻지마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의 경우, 1300억원이 도로건설에 잡혀 있다. 다년도 사업이라서 도로사업에 투입되는 돈은 총 7800억원에 이른다. 중앙에서 주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이 지역복지에 대해 미리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들의 복지 의지 부족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김 구청장 참여정부 시절, 증세로 거둬들인 국가재정을 지자체들한테 나눠 줘 지방재정의 젖줄이 되도록 했다. 그 무렵 대다수 기초단체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적인 단체장들이 많이 당선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을 펴는 바람에 지자체마다 복지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역사의 역설이다. 노원구의 경우, 1년 총예산 4000억원 중 2100억 정도가 복지예산으로 서울의 자치구 중 가장 많다. 그런데 중앙정부와의 매칭사업으로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기초생활보장·기초노령연금·장애인연금 등에 들어가는 돈이 복지예산의 95%에 이른다. 구의 자체 복지예산은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와 서울시가 각각 책임져야 할 복지사업과, 자치구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해 수행할 복지사업을 구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재원배분을 근본적으로 재배치해야 복지예산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신규철 사무처장
신규철 사무처장
관공서 주도 복지 지배구조 변화 필요
시민 함께하는 ‘보편적 복지 정부’ 돼야

신 처장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로 이행하려면 복지 시스템의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여전히 관공서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행태로 복지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대상자는 예전처럼 그저 베풀어주면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이며 나름대로 자기 주장들이 있다. 즉 기존의 관공서 주도 복지 사업 관행과 보편적 복지는 서로 융합되기 힘들다. 관이 그동안 약자, 장애인, 소외계층에게 강자로 군림해 왔으나 보편적 복지 서비스 시대에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들과 다 같이 복지 문제를 풀어가는 ‘보편적 복지 거버넌스’로 바뀌어야 한다.

■ 지역복지 발전의 과제

사회 자치단체장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의식 수준이나 준비가 더 중요하다. 지역의 시민사회가 튼튼하지 못하면 지역복지가 매우 허약해지고, 단체장이 바뀌면 얼마든지 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 새마을운동 등 주류 직능단체는 역사성도 있지만 물적 토대도 매우 강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살아남는다. 반면 시민사회는 돈줄이 막히면 토대가 허물어지고 만다.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물질적·인적 토대를 확대해야 한다. 노원구는 나눔가게를 만들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시설에 입주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공공사업 위탁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 처장 단체장들이 이른바 ‘수당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즉 이것저것 주민들한테 자꾸 뿌려주는 것으론 안 된다. 주민들 스스로 복지를 자신의 권리로 인식하면서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이 복지 권리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지자체의 핵심인 주민자치도 완성되고 복지를 내건 지방자치도 성공할 수 있다. 이제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 시대가 됐다. 복지는 보수적인 풀뿌리단체와도 같이 할 수 있다. 시민적 입장에서 복지에 보수와 진보가 구분이 필요한가?

김 구청장 지역복지는 단체장의 의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과 함께 이뤄가야 한다. 내가 주민들에게 건네는 명함에는 내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다. 내가 직접 받는다. 구청 직원들이 다들 어떻게 다 감당할 것이냐고 걱정했는데 실제로 걸려오는 전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꼭 필요한 요구를 지닌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술 한잔 먹자고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회 아이들 교육 때문이 아니라 복지 서비스 때문에 시민들이 노원구로 이사하려고 할지 모르겠다(웃음). 끝으로 민선 5기 지자체가 (남은 임기 동안)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면서 실천적 성과들을 많이 만들어 내길 바란다.

정리/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자체 복지사업 여전히 미흡 예산중 90%는 중앙 사업비

새 지방정부 1년 성적표

‘민선 5기 지방정부 1년’의 복지 성적표는 지표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풀뿌리 복지운동 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 4층 대회의실에서 ‘지방정부 복지정책 평가토론회’를 열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 등 128개 조사지표를 통해 서울·인천 등 15개 시(도)·군·구 등을 분석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복지정책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복지공약이 봇물을 이룬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지역의 복지 서비스가 얼마나 실질적 진전을 보였나를 계량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지자체들의 자체적인 복지사업 비중은 여전히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의 90% 이상이 기초생활보장·기초노령연금·보육 등 중앙정부 복지사업을 단순 전달 시행하는 기존의 구조적 상황에다, 지역적 특성과 주민의 욕구에 걸맞은 맞춤식 프로그램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복지대상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저소득, 보육, 노인, 장애인의 예산 비중은 높지만 아동, 청소년, 여성 분야의 예산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재완 공주대 교수는 “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사업이 새로 도입되거나 확대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엿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가작업을 총괄한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올 들어 대구 등 일부 지역을 뺀 대다수 지자체에서 의무급식을 실시하고, 영유아필수예방접종 본인부담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등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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