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가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충북경찰청 112 상황실로 압수수색 상자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이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충청북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관계자 등을 검찰에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
국무조정실은 24일 “궁평2지하차도 사망 사고와 관련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을 진행하던 중 충북도 본부 및 도로관리사업소와 행복청 관계자의 중대한 직무유기 혐의가 발견돼 추가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은 모두 12명으로 충북도 2명,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3명, 행복청 3명, 행복청 전직 관계자 4명이다.
충북도와 도로관리사업소는 재난 대응과 관련해, 행복청은 하천점용허가 등의 감독 업무와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가 확인됐다고 국무조정실은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충북도와 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5일 아침 7시, 도로 통제 요건이 됐는데도 도로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복청 관계자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참사 원인이 된) 미호천교 임시제방을 기준대로 쌓지 않았는데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점 등에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호천교) 제방 공사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에 행복청 전직 관계자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침수 사고 4시간 전인 새벽 4시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 발령하고,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31분에는 관할인 흥덕구청 건설과에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 필요성을 통보했다. 하지만 지하차도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하차도를 통행하던 차량들이 순식간에 범람한 물에 휩쓸려 참사를 빚었다.
또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은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와 그 아래 제방 높이가 법정 기준보다 낮게 시공돼 벌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설계 기준대로라면 미호천교는 원래 30.58m 높이로 다리 상판이 설치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0.3m 낮은 30.28m로 지어졌다. 특히 행복청이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허물었다가 지난 7일에야 공사를 마친 임시제방 높이는 29.78m로, 설계기준보다 0.8m 낮았다.
한편,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전날 충북경찰청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과 관련해 “감찰 과정에서도 조사한 영상으로 안다”며 “빠르면 이번주 초 감찰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사고 당일인 15일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도 궁평 1·2지하차도 어디로도 출동하지 않았으나 허위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21일 경찰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충북경찰청은 23일, 사고 당일 오전 7~9시 관할 오송파출소의 112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사고 현장인 궁평2지하차도에 못 간 것은 맞지만, 출동 자체를 안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국무조정실의 감찰을 반박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의 설명은 감찰 과정에서 이미 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으며, 그럼에도 허위보고를 했다는 정황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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