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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판문점·싱가포르 합의 토대로 ‘대북 대화’ 뜻 모은 한미 정상

등록 2021-05-22 19:06수정 2021-05-23 14:42

바이든 대통령,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입장 바꿔

성 김 대북특별대표 전격 임명…북한도 호응하길

백신 지원 규모 아쉽지만 ‘포괄적 파트너십’ 기대

‘미사일 제한‘ 42년 만에 해제…중국 견제 의도도

‘대중국 압박’ 요구에 ‘국익’ 중심에 놓고 대처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대북 정책, 코로나19 백신 협력,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협력, 대중국 정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선언’과 그해 6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애초 바이든 정부는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하향식) 대북 대화에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부정적이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바이든 정부를 꾸준히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북한과 협상하는 ‘대북특별대표’로 전격 임명했다. 대북특별대표를 바이든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발표함으로써 북한에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특별대표를 소개할 때 영문 직책명을 통상 사용하던 ‘North Korea’가 아닌 북한의 정식 국호 ‘DPRK’를 사용했다. 북한을 협상 상대로 존중하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경제 회복, 중동 문제에 집중하느라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불식된 것은 다행이다.

미국이 다양한 방식의 남북 교류협력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인정한 것도 남북관계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제재를 들어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과 남북 도로·철도 연결 사업 등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막았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지지를 표했다”며 “미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관계 증진을 촉진해 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다만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제재 완화,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 데다 북한도 당분간 방역, 경제와 민생 등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과 다각도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번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북 정책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올 8월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을 어떻게 할지도 양국이 방침을 조속히 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모처럼 대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호응하길 바란다.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55만명의 한국군 전체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우리 국민이 기대했던 것만큼 대규모 백신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양국이 백신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은 열어 놓은 셈이다. 양국의 백신 협력은 전세계에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로 제약해온 미사일 지침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42년 만에 종료됐다. 한국이 미사일과 로켓 개발 주권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대응용으로 충분한 800km 사거리 제한 폐지에 동의한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쿼드,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대만해협에 걸친 평화와 안정 등도 논의됐다. 이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답했지만, 미국의 대중국 압박 동참 요구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 와중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국익을 중심에 놓고 냉철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 현대, 에스케이, 엘지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투자가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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