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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 불안심리 악용한 남양유업의 얄팍한 상술

등록 2021-04-14 18:31수정 2021-04-15 02:37

13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남양유업 제공/연합뉴스
13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남양유업 제공/연합뉴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제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때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밝힌 연구는 손소독제의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 실험과 비슷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사람들의 오해를 부추겼다. 대중의 코로나 불안심리를 악용한 얄팍하고 무책임한 상술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의 연구는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발표한 것이다.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세포로 하여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시험을 하였더니 코로나19 저감률이 77.8%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이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1회 음용량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보도자료를 따로 내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고 적극 알렸다.

남양유업의 연구는 발효유 제품을 먹으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실험이다. 김치로 같은 실험을 했다면, 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더 컸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의 연구 결과 해석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외선이나 살균제에 노출되면 죽는다는 것을 거론하며 ‘살균제를 몸 안에 주사해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이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이 노린 효과는 나타난 것 같다. 제품 품절 사태가 일어난 것은 코로나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는 방증이다. 얄팍한 상술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어떤 식품이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 식품표시광고법을 어긴 것은 아닌지, 당국이 조사해야 한다. 남양유업 주가는 심포지엄이 열리기 2거래일 전부터 갑자기 뛰어올라 이틀간 14.4%나 뛰었다. 여기에도 불공정거래가 있었던 것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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