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시민들을 향해 기호2번을 만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용산 참사’ 관련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 후보는 지난 31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해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서 (…) 쇠구슬을 쏘면서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에 경찰이 진압하다 생긴 참사다”라고 했다.
오 후보의 발언은 식당, 호프집, 옷가게, 만화방, 당구장 등을 하던 영세 임차인들의 저항을 경찰 진압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책임까지 지운 것이다.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조기진압을 목표로 안전을 희생”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임차인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용산참사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건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인정한 바 있다. 용산참사를 초래한 근본적 책임은 용역 폭력을 앞세운 막개발을 방치하고 부추긴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에 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도 2009년 11월 “용산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강제철거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 후보는 토론회에서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협상이 진행됐어야 바람직한 행정인데, 극한의 투쟁과 갈등으로 나타난 건 서울시장으로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의 책임을 뒤로 돌렸다.
오 후보는 파문이 커지자, 1일 “책임을 느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임차인에게 사태 책임을 돌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발언 전문을 다 인용하면 그런 식의 공격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 탓을 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오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한술 더 떠 “말꼬리 잡는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오 후보가 자신의 거듭된 말 바꾸기로 ‘내곡동 땅 의혹’이 커졌는데도 “거짓말 프레임”이라며 민주당과 언론 탓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도심 재건축 규제를 풀고 대규모 민간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 후보가 용산참사의 비극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오 후보가 용산참사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