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참사 현장에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용산참사 본질 왜곡ㆍ막말에 대한 유가족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고자 올랐던 망루에서 주검이 되어 내려왔습니다.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돌릴 수 있습니까?”
1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2009년 1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가 용산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때문에 용산참사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며 “오 후보는 지금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오 후보는 전날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용산참사가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서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이라고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쇠구슬인가 돌멩인가를 쏘면서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에 경찰이 진압하다 생긴 참사”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철거민 세입자들은 레아호프, 삼호복집, 무교동낙지, 공화춘 중국음식점 등 동네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이었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라며 “땅 부자, 집 부자, 투기꾼과 건설재벌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가족들과 땀 흘려 일궈온 생계수단을 빼앗으며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한 개발 폭력만큼, 과도하고 잔혹한 대규모 폭력이 또 있느냐”고 비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이자 당시 철거민이었던 이충연씨는 “제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던 이 동네 이웃들은 거의 아무도 이곳에서 살고 있지 않다”며 “지금 이곳 40평 남짓 아파트가 28억원이라고 한다. 28억원짜리 집에 못 살면 서울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김영덕씨는 “토론을 보고 잠을 못 잤다”라며 “오 후보는 또 개발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용산참사 같은 일을 또다시 저지를 건가”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날 개관한 ‘용산도시기억전시관’을 찾았다. 전시관은 용산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이 공간마저 곧 사라질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노인종합복지관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용산참사 발언 논란과 관련해 “그분들이 참사를 당하게 된 것은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경위를 막론하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좀 더 주의를 하고 더 신중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방송을 하고 인용을 한다면 그런 식의 공격은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과도하고 성급한 진압이 불러온 참사의 측면이 있었고, 그 점에 대해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분명히 책임을 느끼고 죄송하단 말씀까지 다 드렸는데 일부 언론에 의해 그 부분은 생략된 채 앞부분만 보도가 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김윤주 장나래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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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가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 탓”이라는 오세훈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890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