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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36년 복직투쟁’ 김진숙의 외침에 응답할 때다

등록 2021-02-07 18:11수정 2021-02-08 02:43

한진중공업 복직을 요구하며 400㎞가 넘는 도보 행진을 마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채로 참가자 얼굴을 가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중공업 복직을 요구하며 400㎞가 넘는 도보 행진을 마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채로 참가자 얼굴을 가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36년째 복직 투쟁을 벌여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7일 400㎞가 넘는 도보 행진을 마치고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60살 정년을 하루 앞뒀을 지난해 12월30일 김 지도위원은 부산을 출발해 ‘희망뚜벅이’ 행진에 나섰다. 단 하루라도 복직해 일한 뒤 회사를 걸어나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이는 해고자로 평생을 살아온 한 노동자의 회한에만 그칠 수 없는 바람이다. 노동자의 권리 투쟁과 이를 억누른 국가폭력 등 굴곡진 현대사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풀지 최종적 판단을 내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981년 첫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동조합의 어용성 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회사는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은 1987년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후에도 노동운동에 헌신하면서 두차례 징역과 5년의 수배생활을 겪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간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합의를 이끌어낸 일은 모두가 기억하는 바다. 그러나 김 지도위원의 복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김 지도위원 해고는 한 기업의 노사 문제를 뛰어넘는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과 2020년 두차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다. 해고의 뿌리에는 노동운동을 공안 사건으로 다루던 시대의 폭력성이 자리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4일 성명에서 “국가폭력이 야기한 과거 청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지난해 그의 복직을 결의했다. 그럼에도 회사 쪽은 여전히 해고가 정당했다고 강변하며, 복직과 함께 해고 기간의 임금·퇴직금을 지급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형식논리적 시야에 갇히면 문제의 본질을 볼 수도,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

김 지도위원은 도보 행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 존중이 여전히 구두선에 그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묻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서 하루속히 복직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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