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135명과 이상직 의원(무소속)이 서명한 이 법은 ‘남부권 관문공항이자 동남권 신공항으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명시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 사전절차 면제 및 단축, 건설비용 보조를 위한 재정자금 융자, 사업 시행자에 대한 조세감면과 자금지원 등 각종 지원도 망라됐다. 지난 17일 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건설 재검토”를 발표한 걸 명분 삼아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하고 총력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김해 신공항 재검토 외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무책임할 뿐 아니라 앞뒤도 맞지 않는다. 한정애 의원은 “김해공항 대안으로 가덕도 신공항 논의가 오랫동안 지역 숙원처럼 있었다. 그 뜻을 모아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 공항이 필요하다면 수요 조사를 엄밀히 하고 경제성과 안전성 등 각종 변수를 충분히 검토한 뒤 입지를 정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가덕도는 소음 피해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장애물이 없어 안전성, 확장성, 접근성 등을 모두 갖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명토 박고, 예타 면제 등 특혜를 법에 명시했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 투입되는 사업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로,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도입했다. 과거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더욱이 가덕도는 2016년 조사에서 김해공항 확장, 밀양 공항 건설 방안에 뒤진 점수를 받았다. 사업 타당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럴수록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밟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뿐이다. 예천, 청주, 양양, 울진, 무안 등 선거 때마다 남발된 공약으로 건설된 ‘정치 공항’이 전국에 산재하는데, 제구실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구·광주 공항 국비지원 특별법 제정까지 거론한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