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압수수색에 나선 5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에서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검찰이 5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모양새가 매우 전격적이었던데다 그 대상도 당시 원전 정책 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관한 판단의 적정성을 들여다보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이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뤄진 ‘문건 삭제’라고 봐야 한다. 감사원이 검찰에 넘긴 ‘수사 참고 자료’도 이 부분이 핵심이다. 그러나 수사 방향과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정책적 부분까지 포함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따른 정책 결정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 감사원의 판단마저 크게 넘어선다.
대전지검은 이날 산업부 장관실을 비롯해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모든 부서와 전·현직 관련자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월성 1호기 폐쇄가 결정된 2018년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의 집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문건 삭제 과정에 누가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알려면 수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감사원이 문제 삼은 문건 삭제 시기보다 한해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과 조기 폐쇄 결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발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정책 결정에 대한 수사라는 심증에 더해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최근 ‘정치적 행보’ 논란에 휩싸여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초임 부장검사들에게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틀 뒤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오비이락이기를 바란다.
여야의 정치적 타협으로 시작된 감사원 감사가 1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불과 보름 전 마무리됐다. 검찰이 다시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스스로 불길 한가운데로 뛰어든다면 누구보다 검찰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검찰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