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지 한달여 만에 이번 사건의 우선적 책임이 남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빌려 “(불과 불이 맞서는) 예민한 (서해) 열점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관리통제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인 만큼 응당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 쪽 서해 수역에 불법 침입한 해수부 공무원이 단속에 불응해 북한군이 부득불 자위적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북한이 주장하는 사건 경위다. 이유가 어찌 됐든 바다에 표류 중인 민간인을 사살해놓고 할 소리가 아니다.
북한 주장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하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 매우 부당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은 ‘국제적인 반공화국 모략 소동’이라며 이번 사건을 유엔 등 국제 무대로 끌고 가지 말라고 남한을 견제했다. 남북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나, 이번 사건은 북한이 국제법을 명백히 어긴 것이다. 북한도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비무장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사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 23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경계병의 생명에 어떤 긴박한 위협을 나타내지 않은 민간인을 불법적이고 자의적으로 사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북한은 이번 사건이 “누구도 원치 않는 뜻밖의 불상사”라며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불투명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의도로 이런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려고 ‘80일 전투’에 몰두하고 있고, 북-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다.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이 남북관계를 흔들지 않으려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북한이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김 위원장의 약속을 조속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남북 공동조사와 군 통신선 복구 요청에 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