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이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군 총격으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청(해경)이 숨진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29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공무원이 북한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경은 월북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 출처는 국익을 이유로 밝히지 않아, 월북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경의 발표와 달리 북한은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사과문에서 숨진 공무원을 ‘불법 침입자’라고 규정했다. 남북의 주장이 차이가 크다. 하지만 비무장 민간인 사살 자체가 국제 규범, 인도주의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월북이냐 실종 표류냐는 남북이 심각하게 다툴 핵심 쟁점이 아니라고 본다. 설사 공무원이 월북 의사를 밝혔더라도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 책임이 백지 한장의 무게만큼도 가벼워질 수는 없다.
월북 여부가 과도한 쟁점이 된 것은 정치권 탓이 크다. 해경 발표 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월북은 반국가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며 “월경을 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은 국가의 무한책임이다. 여당의 고위 관계자가 해서는 안 될 경솔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실종 공무원을 6시간 동안 방치하는 바람에 살해당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야당은 ‘왜 국민을 구하지 않았느냐’며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공무원의 월북 정황을 무시한다. 2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이 보낸 문건을 보면 자진 월북이 아니라 (공무원이) 대한민국 국민 아무개라고 밝혔다고 돼 있다”며 “국방부는 공무원이 자진 월북을 했다고 몰아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군의 주검 훼손 여부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북한 군인들이) ‘연유를 발라서 태우라’ 했다고 국방부가 확인했다”며 “북한 전통문보다 우리 국방부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월북 정황을 두고는 북한 전통문을 근거로 정부를 비판하고, 주검 훼손에 대해선 국방부의 설명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펴니 당혹스럽다. 출처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방부가 내린 판단에 대해 야당이 유불리를 기준으로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꼴이다.
현재 주검 훼손과 월북 여부, 북한군 사살 명령 지휘계통 등을 놓고 남북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려면 남북 공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검 훼손 여부도 주검을 수습해야 가릴 수 있다. 만약 주검이 바다에 남아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주검을 수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여야가 이제 소모적인 정쟁은 접고 주검 수습,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