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사건 발생 엿새 만에 공개 석상에서 직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숨진 공무원의 유가족에게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숨진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내세워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진상 규명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에도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비무장 민간인을 총격으로 살해한 북한의 행위를 용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건 전모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검의 훼손 여부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쟁점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과만으로는 숨진 공무원의 유가족과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공동조사에 적극 응해야 한다. 공동조사 요구에는 침묵하면서 우리 선박들의 주검 수습 작업에 대해 “영해 침범”이라고 비난하는 태도로는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공동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진상 규명을 할 것인지 대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주검 훼손 여부를 놓고 남북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무엇보다 주검 수습이 시급하다. 우리가 북한 해역에 들어가 공동으로 수색하기 어렵다면, 군 통신선을 조속히 복구해 남북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조사와 수습을 진행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남북이 각자 해역에서 수색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 사실상 공동조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군사통신선을 복원해 우발적 군사 충돌이나 돌발 사건을 막자”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북한이 수용하는 것이 진상 규명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 공동조사와 별개로, 정부는 그동안 파악하고 취합한 정보를 근거로 국민들이 의문을 갖는 사항에 대해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국방부는 대북 감청 수단과 능력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꺼리고 있는데, 이미 관련 정보 출처가 사실상 드러난 만큼 군사 보안을 내세워 계속 피할 일이 아니다. 숨진 공무원이 살해되기 전까지 정부의 조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충실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비극적 사건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냉철히 대응해야 한다. 여당은 대북 규탄 결의안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제대로 짚고 가야 한다. 야당도 과도한 정치 공세는 그만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