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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정은 위원장 사과, 후속조처로 진정성 입증해야

등록 2020-09-25 18:37수정 2020-09-26 02:35

남북관계 파국 우려한 신속 사과
유족·국민 분노 달래기에는 부족
남북 공동조사로 진상규명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공식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공무원의 피살 사건과 관련한 정부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직접 신속하게 사과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가 이것으로 다 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과 북한이 밝힌 사건 경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줄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의 파국으로 이어지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북-미 대화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는 지난 8일과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와 집중호우, 태풍 피해를 위로하며 주고받은 친서도 공개했다. 그동안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물밑에서 이어져왔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사건 경위 설명에서 북한군의 행위가 불가피한 대응이었음을 강변했다. 북한은 숨진 공무원이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총격 뒤 해상에서 소각한 것은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이라고 했다. 총격은 인정했지만 주검 훼손 행위는 부인한 것이다. 우리 공무원이 월북 의사를 밝혔고 주검이 불태워졌다는 정부의 발표와 배치된다. 특히 북한은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북 당국의 설명이 엇갈리는 만큼,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남북한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북한이 주검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주검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주검 수습을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공동수색을 서둘러야 한다. 이 또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비극적 사건은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남북 통신선이 끊기는 등 대화 채널이 단절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한 남북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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