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난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지낸 5년 동안 그의 가족회사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1천억원에 이르는 공사 수주와 기술 사용료 수입 등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박 의원 가족회사인 건설사 3개가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기관들로부터 수주한 공사는 25건 773억여원에 이르고,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받은 금액도 371억원이다. 세 회사는 모두 박 의원이 설립했고 현재 자신이 최대 주주이거나 아들·친형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악의 이해충돌’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5년 동안이나 버젓이 지속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박 의원의 의정 활동과 가족회사의 실적이 연관된 정황도 여럿이다.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 간사를 맡은 직후인 2018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에 수주가 집중되는가 하면,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후 단독 도급 건수와 규모가 커졌다.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건설 신기술 지정 사용을 늘려달라’고 주문한 뒤 박 의원 아들 회사는 서울시로부터 해마다 한 건씩 신기술 사용료를 받았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이란 지위를 치부의 수단으로 사유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들이 포괄적 뇌물 혐의로 박 의원을 고발하려는 이유다.
박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중 대표적인 다주택자, 부동산 부자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 때 신고한 부동산만 서울 강남을 포함한 아파트 3채, 단독주택 1채, 상가 2채, 토지 36필지 등 288억9천만원어치에 이른다. 2014년 자신이 찬성한 ‘강남 재건축 특혜 3법’ 통과 뒤 7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김용균법’ 제정에도 강하게 반대해 건설업계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2010년 협회가 사들인 골프장 가격을 200억원 넘게 부풀려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해충돌과 직무를 통한 사익 추구 의혹이 전방위적이다.
특히 피감기관 공사 수주는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할 중대한 부패 의혹이다. 박 의원은 가족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공사를 몰아준 피감기관들의 책임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직이 가족 재산 불리는 통로로 전락하는 걸 용납한다면 국회의 권위와 기능이 송두리째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