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최근 5년 동안, 박 의원과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국토부 산하기관들로부터 공사 수주와 신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1천억여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이해충돌을 넘어 박 의원 가족회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국토부) 산하기관들의 공공연한 뇌물성 일감 몰아주기”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가족 기업들이 피감기관인 국토부·서울시 산하기관에서 400억여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바 있다.
17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과 민생경제연구소로부터 입수한 국토부 작성 자료를 보면,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을 지낸 2015년 4월~2020년 5월 사이 혜영건설(9건), 파워개발(9건), 원하종합건설(7건)은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25건 773억1천만원어치 공사를 수주했다. 이들 세 기업은 모두 박 의원이 직접 설립한 뒤 장남에게 물려주거나 자신의 친형을 대표로 앉힌 회사다. 이들 기업의 실질적인 오너인 박 의원은 혜영건설 지분 51%(14만7천주·61억9천만원)와 원하종합건설 주식 11만8천주(50억1천만원) 등 128억원의 주식을 아직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군에서 내리 3선을 한 박덕흠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업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김용균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2018년 12월, 박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개정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한 뒤 나오고 있는 모습. 송경화 기자
원화코퍼레이션과 원하종합건설은 자신이 보유한 신기술(STS 공법) 이용료 명목으로도 지난 5년 동안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371억원을 받았다. 이 공법은 터널을 뚫을 때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해 천장에 강관을 밀어넣어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술로, 토목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공법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박 의원의 아들이 대표이사로 있는 원하종합건설은 강관과 강관 사이를 철근으로 연결하는 방법 하나로 특허를 낸 뒤 공사 4건에서 293억원을 벌어들였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 소유 기업이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거액 공사를 수주하고 기술사용료를 받는) 이런 것이야말로 이해충돌의 전형”이라며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의혹이 짙다. 친박으로 알려진 박 의원은 19대 때부터 국토위원을 지냈고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토위 간사까지 지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박 의원 가족 기업인 것을 알 수 있는데 피감기관들이 뇌물성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회의원 재산공개에서 3위(559억원)를 차지한 박 의원은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을 지낸 건설업자 출신 3선 의원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선된 이후 가족회사 경영에 일절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갖고 있던 주식도 모두 백지신탁했지만 비상장 주식이라 팔리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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