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지난 6월26일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카톡 문자.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이전 소속팀 감독 등의 가혹행위를 호소하다 지난달 26일 목숨을 끊었다. 최 선수는 4년 가까이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지난 2월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도 폭력 신고와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몇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2018년 12월 조재범 코치의 잔혹한 폭력을 폭로하며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어졌던 게 벌써 2년 가까이 돼가고 있는데 도대체 그동안 무엇이 바뀐 건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녹취록과 동료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폭력의 수위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복숭아 1개를 먹은 걸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거나, 슬리퍼로 뺨을 때리고, 가해자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최 선수를 폭행하기도 했다.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사 와 먹게 하는 등 고문에 가까운 행위도 있었다. 결국 중간에 운동을 쉬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고통을 받았으면서도 최 선수는 처절한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집단폭력보다 더 나빴던 건 최 선수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체육계다. 대한체육회는 1일 입장문을 내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최 선수의 폭력 신고 접수 이후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최 선수가 폭력 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았다”며 “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서서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 스물두살,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수사와 일벌백계가 있어야 한다. 선수 인권 없는 스포츠 강국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