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민주노총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 하려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항의를 받으며 출입을 저지 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의 협약이 1일 서명식만 남겨둔 상태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민주노총 일부 구성원은 협약안 의결을 위해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장에서 김 위원장의 서명식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았다. 지난 두달 동안 지난한 협상을 거쳐 어렵사리 마련한 협약안도 앞날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번에 협약이 체결됐다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까지 들어온 ‘완전체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있었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의 역사는 실패의 연속이었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기대를 모았다.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이던 민주노총이 ‘원포인트 대화’를 먼저 제안한데다, 노동계와 재계 모두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저 대화를 제안했던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 탓에 최종 단계에서 협약이 깨졌으니 당혹감을 넘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30일 노사정이 작성한 협약안에는 올해 안에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입법 추진, 고용 유지를 위한 노사 간 노력과 정부의 지원 강화 등이 들어 있다.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계속하고, 합의 이행을 점검하는 대화 기구 운영 등 실행력을 담보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도 있다. 나름 실효성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민주노총 내부 반대 진영은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이 명시되지 않은 걸 문제 삼았다. 노동계 입장에선 반드시 관철하고 싶은 요구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대화와 합의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민주노총 스스로 ‘원포인트 대화’를 제안했던 만큼, 먼저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뒤 대화를 이어가며 ‘고용 유지를 위한 노력’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펼 수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이날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잃지 않으려면 대표자 회의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 2일 중집 회의가 다시 열린다. 전향적인 결과를 기다린다.
이번 사회적 대화가 중요했던 건 특수고용노동자 등 양대 노총 바깥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해서이기도 하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서명 무산이 대화의 판을 깨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협약안에 담긴 정책 과제들을 철저히 실행하면서, 노사정 대화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