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은 데 이어 앞으로 다른 사건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5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동아일보>가 공소장을 입수했다며 일부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서도 “어떻게 유출됐는지 확인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원칙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어 어느 쪽이 우선한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도 청와대 관련 사건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법무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앞으로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서 비공개 원칙이 계속될 경우, 국민 알권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그동안 국회의 공소장 전문 제출 요청에 응해오던 관행을 깨고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는 60여쪽 공소장 내용을 요약한 문건만 내놓았다. 5일 내놓은 설명자료에서는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문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도 소송서류라는 이유로 공소장을 국회에 내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피의사실이 먼저 공개되면 ‘여론재판’으로 공정한 재판이 어려워지고 피의자에게 불리해지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을 만든 것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그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조국 수사’ 국면에서 포토라인 폐지에 이어 공개 금지 훈령이 제정되고, 이번에 다시 ‘선거개입 의혹’ 사건 기소에 맞춰 공소장 공개를 금지한 것을 우연으로만 보긴 어렵다. 법무부 쪽은 “어차피 재판이 열리면 기소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며 이 사건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그런 정도 설명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이은 공소장 공개 금지가 자칫 검찰의 사건 은폐·왜곡에 대한 언론의 감시를 어렵게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연이은 갈등이 국민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좀더 숙고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