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논란이 확산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결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일방적 결정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고 헌법에 보장된 공개재판 취지도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5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제출된 자료가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며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에 의해 (공소사실이) 더 이상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장 공개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개인의 명예·사생활 등을 침해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법무부도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통해 추 장관을 엄호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국회의 자료 요구 권한을 존중해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비롯해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제출해왔지만 그 직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는 일이 반복돼왔다”며 “법무부는 공소 요지 등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공개·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국가기관의 자료 제출 의무를 규정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국회가 그동안 자료를 잘못 활용했다고 반박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헌법에 보장된 공개재판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재판은 다 공개하도록 돼 있다. 사건 요지를 담은 공소장을 국민이 보고 검찰 기소 내용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공소장에 나오면 모두 범죄라고 볼 것을 우려해 비공개하는 것은 공개재판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피고인 다수가 공인인 만큼,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개인 명예나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권리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고위공직자 13명이 선거에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크다”며 “(비공개 결정은) 국민의 알권리와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 결정으로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는지 등을 판단할 기회가 제약된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한 공개가 잘못이라면 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변호사)은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다. 국회 제출 자료가 언론 공개를 위한 게 아니라는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본인이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기관이라고 하는데, 행정부 최고 감독기관은 국회”라며 “장관의 권한이 중요하듯 국회의 권한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회도 비판에 나섰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추미애 장관의 궤변은 사법 개혁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2005년 공소장 제출을 처음 지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번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의원은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은 선거개입 의혹을 사실이라고 고백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까지 훼손하는 정치세력은 한마디로 가짜 민주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황춘화 박준용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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