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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무부 ‘청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공개 거부…국민 알권리 무시

등록 2020-02-04 18:59수정 2020-02-05 02:40

국회에 공소장 원문 제출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공소요지만 보내
공정 재판·사생활 보호 등 이유 대지만
”선거개입 행위 드러내지 않으려” 비판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가 국회 요청에도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을 포함해 청와대와 여권 인사 등 13명의 선거개입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저녁 6시반께 법무부는 “국회의 ‘울산시장 불구속 기소 사건’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공소장 원문을 제출하지 않되,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만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앞으로 다른 사건에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사실 요지’는 앞서 검찰이 공개한 보도자료와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송 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의 혐의와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담은 60여쪽 분량의 공소장을 법원과 법무부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를 거의 대부분 생략하고 내용을 간추려 국회에 제출했다.

공소장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죄명과 범죄사실 등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기소 뒤 ‘피고인, 죄명, 공소사실 요지, 공소제기 일시, 공소제기 방식(구속 등), 수사 경위, 수사 상황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치인 등 공인의 경우 ‘국민 알권리’를 이유로 국회를 통해 공소장이 공개돼왔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씨 등의 공소장도 이런 절차를 거쳐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들은 기소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법무부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공개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이날까지 엿새 동안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은 채 “결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다, 결국 추미애 장관의 직접 지시로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이뤄졌다.

그동안 공소장 비공개가 주로 검찰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공범 노출 등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조카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에서도 검찰 요청으로 공소장이 일정 기간 공개되지 않았다.

추 장관이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선거개입 혐의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공개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던 관례를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조 전 장관, 유재수 부시장 등의 공소장도 다 공개됐다. 이번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선거 부정 사건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검찰도 공소장 공개를 염두에 두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두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염두에 두고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상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인 사건의 경우 재판이 잡히는 데 2∼3개월이 걸린다. 두어달 뒤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공소사실 내용을 감추고자 전례없는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증언감정법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 등의 제출)는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법무부는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하면서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라는 이례적인 이유를 들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공소장이 공개될 상황이 되니 갑자기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것은 시점과 이유 모두 지극히 부자연스럽다”며 “당장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 관련 수사, 세월호 수사 등에서도 ‘사건관계인의 사생활’ 등을 이유로 공소장 내용을 비공개해야 할 텐데, 이것이 국민에게 이득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임재우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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