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센 후폭풍 자초한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

등록 2016-01-04 18:31

일본의 명확한 법적 책임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소녀상 철거의 빌미만 제공한, 지난 12월28일의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발이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해결의 기준으로 제시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한참 동떨어진 합의인지라 어느 정도의 후폭풍은 예상했지만 그 강도가 상상 이상이다. 야권, 학자, 시민단체, 학생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협상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자화자찬과 일방적인 홍보전에 자극받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들이 4일 내놓은 비판이 통렬하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 추진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국내외를 통틀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고 전문가 집단이기에 발언의 무게감이 크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수많은 여성에게 성노예를 강제한 범죄행위에 대한 일본의 국가 책임”이고 “일본이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사실 인정, 사죄, 배상, 진상 규명, 역사 교육, 추모 사업, 책임자 처벌이 필수적이라는 게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법적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2·28 합의’에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담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항의 농성도 확산하고 있다. 이화여대와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이날 각기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합의의 파기를 촉구하고, 다른 대학 총학생회들에 이번 협상을 규탄하는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청년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20여명은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이날까지 6일째 소녀상 이전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였고, 일본 시민들도 이날 총리관저 앞에서 같은 취지의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런 반발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정권 초기 ‘위안부 해결 없이 관계개선도 없다’는 탈레반적인 대일외교를 펼치다가 대일관계 개선을 중시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력에 밀려 갑자기 노선을 바꾸면서 빚어진 ‘참사’다. 이런 점에서 몇 발짝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오락가락 대일정책을 펴온 책임자들은 역사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피해자 앞에 당당히 나설 용기도 없으면서 ‘한계 내 최선’을 되뇌는 그들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2.

[사설] 윤석열·국힘의 헌재 흔들기 가당치 않다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3.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4.

트럼프의 MAGA, 곧 동아시아로 온다 [세계의 창]

[유레카]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5.

[유레카]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