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의 배후에는 이슬람국가(IS)가 있지만, 테러를 저지른 행동대원은 대부분 유럽 국적의 젊은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슬람국가에 대한 대응 못잖게 중요하다.
9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번 테러 행동대원의 대부분은 프랑스와 벨기에 국적의 이민자 출신 2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시적으로라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한 경험도 있다. 이슬람국가가 이번 테러에서 어떤 역할을 했든, 지하드(성전) 전사를 자처하는 유럽 젊은이가 없었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인종·종교·이념적 소수파 등을 배제하지 않고 사회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수만명 규모의 이슬람국가 외국인 전사 가운데 유럽 출신자는 5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귀국한 유럽인도 1200명이 넘는다. 이번 테러 가담자 가운데 여러 명이 ‘유럽 지하드의 허브’라고 불리는 벨기에 도시 몰렌베크와 연관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 도시는 10만명 가까운 인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무슬림이며 실업률이 30%를 넘는다. 어느 사회든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좌절한 젊은이들이 폭력적인 탈출구에 기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유럽 나라들이 사회통합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이런 현상이 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테러 이후 일부 유럽 나라들이 이민자 집단을 백안시하거나 중동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민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유럽으로 몰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막으려고 유럽 전체가 국경을 봉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슬람 혐오증(이슬라모포비아)이 커진다면 사회 전체의 분열을 자극해 기존 이민자 집단의 통합조차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자유는 테러보다 강하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잔혹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관용과 배려를 호소하는 유럽인이 더 많은 것은 다행이다. 우리나라에도 무슬림을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 집단이 살고 있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재는 잣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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