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추모 16일 프랑스 니스의 테러 현장에 시민들이 모여 꽃과 양초를 내려놓으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니스/AFP 연합뉴스
프랑스 그르노블 출신 4살 꼬마 야니스 코비오는 지난 14일 니스 해변 불꽃축제를 가족과 함께 구경하러 나왔다. 야니스는 니스 해변에 자주 와 물놀이를 하거나 바다에 돌을 던지고 놀았다. 마냥 기뻐했던 야니스의 이날 불꽃놀이는 처음이자 마지막 불꽃놀이가 됐다. 야니스는 이날 트럭 테러에 희생됐다. 야니스의 고모는 트럭이 산책가로 돌진해 들어올 때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도로를 등진 채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트럭이 자신들을 치기 1초 전까지도 트럭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트럭이 지나간 뒤, 아이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버지 미카엘은 피를 흘린 채 조용히 누워있는 야니스를 봤다. 그는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같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근처 병원으로 뛰었다. 야니스는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14일 니스 트럭 테러 때 야니스처럼 부모를 따라 불꽃놀이를 구경 나왔다가 참변을 당한 아이들이 최소 10명에 이른다. 테러범과 같은 튀니지계 프랑스인 여성 올파 벤트 수아야 칼팔라(31)와 그의 4살짜리 아들 칼리앙도 목숨을 잃었다. 니스 지역 축구 심판의 아들인 12살 메흐디도 이번 테러로 숨졌는데 쌍둥이 누이도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니스가 세계적 가족 휴양지이기에 테러 희생자 연령도 조부모-부모-아이 3세대에 걸쳐 있고,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일가족 7명 가운데 6명이 숨진 비극도 있었다. 파리 출신 티모테 푸르니에(27)는 임신 7개월째인 부인과 함께 해변을 거닐다 트럭이 닥쳐오는 것을 보고 부인을 길에서 밀쳐내고 자신은 트럭에 치여 숨졌다. 그가 목숨 바쳐 살리려던 그의 부인과 뱃속의 아이가 무사한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이브레아 인근 마을 출신의 가에타노 모스카토(71)는 니스 해변에서 딸의 가족과 휴가를 보내다 테러범이 모는 트럭과 맞닥뜨리자, 곁에 있던 13살 손자와 18살 손녀를 길 한쪽으로 재빨리 밀쳐냈으나 정작 자신은 피하지 못해 왼쪽 다리가 트럭 바퀴에 빨려 들어갔다. 손자들을 구하고 왼쪽 다리를 잃은 그는 “나는 영웅이 아니라 단지 손자들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일 뿐”이라며 “어떤 할아버지라도 그 상황에서 나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범인인 모하메드 라후아이즈 부흘렐(31)이 “스스로, 매우 빠른 속도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검찰은 15일 범인의 전부인을 체포한 데 이어, 16일에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부흘렐이 범행 며칠 전 튀니지에 있는 가족들에게 8만4000파운드(약 1억2784만원)를 송금했다고 경찰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니스 테러가 일어난 지 이틀 뒤인 16일, 연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니스에서 일어난 작전은 ‘이슬람국가의 전사’가 수행했다”며 “이 작전은 이슬람국가를 공격하는 연합국의 민간인을 목표로 하라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국가가 직접적으로 작전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조기원 황금비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