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전승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에서 첨단 군사력을 과시했다. 주요 2국(G2)에 걸맞은 군사대국임을 선언한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이 지속적이고 철저한 ‘평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열병식 기념사에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 결연히 평화를 유지·보호해 나갈 것”이라며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영원히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열병식이 여러 나라의 경계심을 자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49개 나라의 정상과 정부 대표를 불러다 놓고 전승절에 열병식을 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데다 이날 대거 선보인 무기 가운데 84%가 최신형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이 전승절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런 열병식 탓이 크다.
시 주석은 “상호존중, 평등, 평화발전, 공동번영이 인간의 정도”라며 “공동승리를 핵심으로 하는 신형 국제관계를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를 추구하자는 전승절의 취지에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평화 의지를 의심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 및 군사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2013년에 일방적으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국·일본·미국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일방적인 행동으로는 ‘신형 국제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
중국이 국력 신장에 발맞춰 ‘대국’을 자처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아시아의 부흥이라는 세계사의 추세를 반영하는 순리의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들을 힘으로 풀려고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팽창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이 비판해온 과거 제국주의 나라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시 주석이 강조해온 중국몽(중국의 꿈)은 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방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열병식 행사에 참석해 환대를 받았다. 균형외교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발언권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생긴 동력은 동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관련 사안의 해결에 활용돼야 한다. 한-중 관계 발전이 중국의 평화 노력에 기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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