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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군사적 대응’만으론 휴전선 위기 막을 수 없다

등록 2015-08-21 18:37수정 2015-08-21 19:54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언제 국지적인 교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은 20일 휴전선에서 포탄 공격을 주고받은 데 이어, 각기 전투태세를 강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의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남북 모두 입게 될 물심양면의 막대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제라도 긴장을 낮추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상호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긴장을 낮추기는커녕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2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일 밤 조선노동당 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선대연합부대(휴전선 배치 1·2·5군단)에 완전무장을 명령하고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또 통신은 앞으로 48시간(22일 오후 5시) 안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 경우 심리전 수단들을 격파사격하기 위한 군사적 행동을 취할 지휘관들이 임명되어 전선에 급파되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비서는 20일 오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철거를 요구하면서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화전 양면전술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20일 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군은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21일에는 예정된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격려했다. 군 당국도 추가도발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김양건 비서의 대화 제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거부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휴전선 위기는 4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이 우리 쪽의 11년 만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대응 조처를 낳고, 휴전선의 포격전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마치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것만 봐도 남북 분단과 대립으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지수가 얼마나 높고, 정교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

기분만을 생각할 때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것만큼 속시원한 게 없을 것이다. 또 군의 관점에서만 보면 당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패배나 마찬가지로 여길 만하다. 그러나 시원하게 기분풀이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벌써 휴전선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것만 봐도 강경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추가 도발에는 따끔하게 대응해야 마땅하지만, 성격상 상호 상승작용을 하기 쉬운 군사적인 수단에만 의존하거나 과잉 대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북한도 도발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 결국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취약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남북은 즉각 당국자회담을 통해 휴전선 갈등을 푸는 노력에 착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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