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정부 대처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초기의 정확한 판단과 대응에서 실패해 피해를 키운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 경계 실패 못잖게 심각한 문제다. 경위를 따져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마땅하다.
목함지뢰가 폭발한 것은 4일 아침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늦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안보 사안의 가온머리(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국가안보회의는 나흘 뒤인 8일에야 한번 열렸을 뿐이다. 그사이인 5일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방북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했다. 통일부는 이날부터 10일까지 매일 북쪽에 고위급 회담 제안을 담은 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지뢰 사건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고 조처를 취한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부처 사이의 기본적인 정보 공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언제 보고받았으며 어떤 판단을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건 내용을 발표한 10일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11일에야 북한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국방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국방부는 일부 강경 여론에 기대 발언과 대응 수위를 높인다. 초기의 혼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지만 사태를 키울 일은 아니다. ‘도발 대처와 평화 구축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타당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정보 공유와 정확한 판단, 장단점을 고려한 정부의 정연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이 모든 것에서 실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 불안은 가시지 않은 채 대북 강경론만 부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12일 국회 국방위 질의응답에서 언급된 북한군 지피(GP) 사격 폭파 계획이나 당국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 재개 등이 그런 사례다. 별 효과도 없이 위기를 키울 것이 분명한 이런 조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확인된 경계 실패 문제를 호도하려고 강경론에 기대려 한다면 더 큰 문제다.
이번 사건은 효과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북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우리 앞에 던졌다. 그 전에 정부와 군의 난맥상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치료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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