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무장지대(DMZ)의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의도적으로 몰래 설치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지뢰에 우리 군 병사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의 큰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시기로 기대되는 시점에 터진 일인지라 더욱 실망스럽다.
합참은 10일,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우리 병사 2명이 4일 북한이 매설해 놓은 것이 확실시되는 목함지뢰에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현장조사를 한 결과, 이 지뢰는 이미 매설된 낡은 지뢰가 비나 토사 유실로 인해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직접 침투해 정교하게 설치한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3개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의 목편 파편 37개를 수거해 분석해 보니, 도색 부분과 강한 송진 냄새가 나는 나무 성분이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북쪽의 이런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합참은 이날 강도 높은 대북 경고성명을 내어 북쪽에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미 수차례 경고한 대로 도발에 응당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부터 보복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남북 합의로 중지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북쪽의 비열한 군사도발에 아군 병사의 피해를 입은 군 당국이 분노하고 보복을 다짐하는 것은 심정적으론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민감한 사안일수록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대응보다는 종합적인 안목을 가지고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군 당국은 북쪽이 부인할 수 없는 정확한 증거를 확보한 뒤 유엔사 군사정전위나 남북 장성급회담의 개최를 요구해 북쪽의 도발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이번 도발을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일은 외교·안보적인 큰 틀에서 도발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구축하는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북의 어이없는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군의 실책도 확실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어쨌기에 노크 귀순을 비롯해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군대 보낸 부모의 한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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