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세력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대로 정윤회씨나 문고리 3인방 등의 국정개입 사실이 없다는 결론 속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차원을 벗어난 지 오래다. 사건에 불을 댕긴 계기는 ‘문건’이었으나, 그 뒤 쏟아져 나온 각종 증언을 통해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장·과장의 이름을 부르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 조처를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에서는 누가 봐도 비선 세력의 개입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청와대 쪽은 ‘체육계 비리 척결에 진척이 없어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앞뒤 사정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없다. 장관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는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고자질’한 사람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윤회씨 부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개입설도 가볍게 덮을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과 최씨 간의 깊은 관계에 비춰 보면 문체부 인사 개입 등의 배후는 정씨가 아니라 오히려 최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정씨는 자신의 개입은 부인하면서도 최씨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모르겠다”며 딱 부러지게 부인하지 않았다.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도 명쾌히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명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후임으로 모두 단수를 찍어 내려보냈는데, 모두 제2부속실에서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증언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의혹을 파헤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검찰의 생리상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사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게다가 ‘검찰은 범죄 대상이 되는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론까지 고려하면 검찰한테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란 더욱 힘들다. 결국 이런 각종 의혹을 규명할 책무는 정치권이 져야 마땅하다. 국회 국정조사를 포함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진실을 밝힐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의혹들을 그냥 덮어둔 채 국정이 정상화되리라는 환상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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