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이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은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6명이었으나 이번에 거의 갑절로 늘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울산만 빼고 거의 전 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언뜻 보면,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단합하고 보수 후보들은 분열한 데 원인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단지 ‘보수 난립-진보 단합’이라는 구도 때문이라고 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내용을 뜯어보면,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진보 교육감 시대를 몰고 왔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치단체장·의원 선거에서 여전히 나타난 지역·이념 성향의 투표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해준다고 할 수 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가정사 문제로 불거진 교육감의 자질에 대한 관심 고조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4년간 교육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교육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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