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가 한국신문협회가 주는 2014년 한국신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신문은 26일치에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공익을 위해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 널리 알리는 것은 신문의 본업이다. 그 본업을 충실히 해 상을 받았다면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채 총장 관련 보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심히 의문이다. 수상작으로 뽑힌 그 보도는 처음부터 권력의 청부를 받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아직까지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대로,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정보 유출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파헤친 채 전 총장을 찍어내려고 청와대 비서관실이 총동원돼 밀실에서 기획되고 저질러진 것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그렇게 확보한 정보가 어떻게 유통됐는지도 밝혀질지 모른다.
청와대의 채 전 총장 뒷조사가 조선일보의 첫 보도가 나기 두 달 전에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권력 감시에 대한 용기가 아니라 언론과 권력의 유착을 보여주는 사건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한마디로 아직 출처와 관련해 옥석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미완의 보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수상작으로 뽑힌 보도가 “정부와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을 용기 있게 밀어붙인 언론의 본령을 일깨워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자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의혹 관련 첫 보도를 하면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보도하면서 채 총장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도 밟지 않았다. 시작부터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혼외아들 문제는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생활 영역이란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과 그 어머니 임아무개씨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됐다.
더 가관인 것은 조선일보가 이날 수상 결정을 전하는 지면에서 미국의 퓰리처상을 소개한 점이다. 이번 수상이 퓰리처상에 견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견강부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채 전 총장 관련 보도는 인권보호와 권력감시라는 언론윤리와 거리가 멀다. 저널리즘의 정도에 어긋나는 이런 보도에 상을 주기로 결정한 심사위원회에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수상 결정은 심사위원들에게만 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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