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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당 정체성 우려 낳은 ‘6·15 선언 배제 파동’

등록 2014-03-19 18:50수정 2014-03-21 09:13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중인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의 정강·정책 전문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빼자고 주장해 한때 큰 논란이 빚어졌다. 새정치연합이 뒤늦게 유감을 표시하고 두 선언을 전문에 명시하기로 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개운치 않은 뒷맛과 우려를 남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두 선언을 전문 초안에서 배제하려는 이유로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념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두 선언에 담긴 의미까지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대선 당시 발표한 대북정책에서 두 선언의 정신과 어긋나는 공약을 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두 선언을 전문에서 배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역사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6·15와 10·4 선언은 분단 극복을 위한 철학과 과제를 담은 역사적 합의다. ‘불필요한 오해’를 이유로 함부로 넣고 빼고 할 수 없는 역사적 무게가 담긴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역사인식을 내보인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 때도 새정치연합 쪽은 ‘소모적 논쟁’의 가능성을 내세우며 양비론을 펼친 바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 이런 식의 역사인식 기류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려는 새정치연합의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정강·정책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긍정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기술한 대목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중심이 확고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흔들리기 쉽다. 논쟁과 오해가 두렵다고 역사 문제에서 주춤거리고 회피하는 것은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그동안 안철수 의원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쪽 표도 얻고 저쪽 지지도 얻기 위해 정체성을 흐릿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성공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신당의 정강·정책 수립 과정에서 경제, 복지, 노동, 외교안보 문제 등을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정책,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파동이 신당의 확고한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에 귀중한 교훈이 되길 바란다.

안철수, ‘배제적 외연 확대’ 말아야 [오피니언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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