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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첫단추 잘못 끼운 통진당 해산심판, 심리 신중해야

등록 2014-01-28 19:21수정 2014-02-03 15:21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낸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정부 쪽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고, 통진당에서도 이정희 대표가 나서 양쪽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 사건은 정부의 심판 청구 경위와 그 내용뿐 아니라 헌재의 심리 절차 면에서도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 재판부가 정부 쪽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기록 등을 보내라고 요청한 것은 헌법재판소법에 명백히 어긋난다. 헌재법 32조 단서조항에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재판부가 법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재판을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정치논리를 벗어나 철저히 법논리에 따른 신중한 심리가 가능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증거채택 등에서 엄격한 기준을 요하는 형사소송절차 대신 민사절차를 준용하기로 한 것도 사안의 무게감에 비춰 올바른 결정인지 의문이다.

내용 면에서도 정부 주장은 비약과 과장이 많다. 정부는 통진당 강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의 내용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동일하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내세운다. 통진당 간부와 당원들이 대거 포함된 ‘아르오’(RO)가 무력에 의한 혁명을 추구하고, 일부 인사들이 북한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등 활동 면에서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게 정부 논리의 뼈대다.

그러나 재판 중에 있어 아직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일부 당원의 혐의를 정당 해산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순서가 바뀐 주장이다. 또 미군 철수나 보안법 폐지 주장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의 근거라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일부 간부들이 보안법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당이 곧바로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 것도 논리의 비약이다. 설사 일부 통진당 인사들의 행태가 상식을 벗어난다 해도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한때 국민 10%의 지지를 받은 공당이다.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비춰봐도 정당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오히려 세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정부가 공안정국 조성으로 이를 돌파하고자 정당해산심판까지 청구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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