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사를 끝내놓고 조만간 처리 절차만 남겨둔 상태라고 한다. 일부 언론은 김무성·권영세 등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과 남재준 국정원장 등 관련자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주변에선 무혐의 방침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의 편파적인 태도에 비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만일 이대로 굳어진다면 검찰 사상 최악의 편파수사로 기록될 만하다.
중요한 비밀로 분류된 정상회담 대화록을 선거에 이용한 건 현 여권이다. 2012년 12월14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원문과 토씨까지 일치하는 내용을 줄줄 읽어내리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까지 잡혔다. 이어 지난해 6월26일 당 비공개회의에서는 “지난 대선 때 이미 그 대화록을 입수해 다 읽어봤다”고 재확인까지 했다. 권영세 전 의원 역시 “엠비 정부, 원세훈 원장 바뀐 뒤… 청와대에 보고, 어떤 경로로 정문헌한테 갔는데”라며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대화록 유출 경위와 활용 구상을 밝힌 녹취록도 공개됐다.
대선 뒤에는 대선개입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남재준 국정원’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색깔공세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선거와 정치에 끌어들인 이런 행위들이야말로 엄히 처벌해야 할 국기문란의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부·여당 및 수구보수언론과 발맞춰 사안의 본말을 뒤집어버렸다. 지난해 11월15일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원본 삭제를 지시했다며 그 지시를 따른 백종천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래 놓고 이제 김무성 의원 등은 무혐의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후임 정권이 열람하기 쉽게 국정원에 보관하라고 지시한 전직 대통령의 선의는 무시하고 ‘사초 폐기’의 중범죄인으로 몰고가더니 정작 고이 보관돼 있어야 할 사초를 끄집어내 선거에 악용한 자들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중간수사 발표 때부터 “의미있는 차이” 운운하며 정권의 바람잡이로 나서고,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공개소환하면서 피의자인 김무성 의원 등에게는 서면조사서를 보낼 때부터 이 수사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만일 이대로 무혐의 종결한다면 재정신청이든 특검을 통해서든 재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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